나는 인생의 두 번째 막을 살고 있다.
이제는 젊은 시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이 아니라,
천천히 돌아보며, 또 천천히 나아가는 시간이다.
요즘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두 가지는 ‘금’과 ‘로봇’이다.
한쪽은 전통과 안정의 상징이고,
다른 한쪽은 미래와 변화를 의미한다.
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단어가,
이상하게도 요즘 내 삶에 나란히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.
금,
내 인생을 묵묵히 지켜준 친구
금은 내게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다.
어쩌면 내 인생의 굴곡을 함께 버텨온 조용한 친구다.
20대 후반, 결혼을 준비하던 시절.
작은 금반지 하나 맞추는 것도 큰 결심이었다.
그 반지는 아내의 손가락에 껴 있었고,
그 반지를 바라보며 나는 다짐했다.
“힘들어도 지켜주자. 이 손을.”
하지만 IMF가 터졌고,
우리는 그 반지를 팔았다.
처음으로 금을 팔면서 느꼈다.
‘이 작고 얇은 고리 하나가 우리 가족을 하루 더 먹여 살릴 수 있구나.’
그 뒤로, 금에 대한 내 인식은 달라졌다.
그건 사치품이 아니라, 가족을 지키는 방패였다.
지금도 서랍 속에 조용히 누워 있는 금 목걸이 하나가 있다.
비싸진 않아도, 나에겐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진 물건이다.
로봇
설지만 점점 다가오는 친구
처음 로봇 청소기를 산 건 허리 통증이 심해진 어느 날이었다.
“쓸모나 있을까…” 반신반의하면서 버튼을 눌렀는데,
그 작은 기계가 방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.
한 번은 TV를 보다가 혼잣말로 “어휴, 더워라~” 했더니,
스마트 스피커가 반응했다.
“선풍기를 켤까요?”
순간 섬찟하면서도 웃겼다.
이제 기계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 시대구나.
예전엔 로봇은 영화 속 이야기였다.
하지만 지금은, 내 일상을 조금씩 돕고 있다.
내가 디지털에 약한 세대라고는 해도,
조금씩 배우다 보니 재미도 있고, 외롭지도 않다.
이제는 로봇이 우리 세대의 ‘작은 비서’이자 ‘동반자’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.
금과 로봇 사이에서 배우는 인생의 균형
금은 변하지 않는다.
어제도 금이었고, 오늘도 금이고, 내일도 금일 것이다.
그 반면, 로봇은 매일 진화한다.
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한 번으로 말도 더 잘 알아듣고, 기능도 늘어난다.
나는 그 두 세계 사이에 있다.
변하지 않는 것을 믿고 싶으면서도,
새로운 것에 마음을 열고 싶다.
요즘은 하루 일과 중에
금 시세도 한번 확인하고,
AI 뉴스도 한번 읽는다.
그리고 블로그에 이 경험들을 기록한다.
“이것도 나름 나답다”는 생각이 들어서다.
마무리하며 – 금처럼 단단하게, 로봇처럼 유연하게
인생 2막, 나는 더는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.
대신 단단해지고 싶고, 유연해지고 싶다.
그 중심에 금과 로봇이 있다.
금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,
로봇은 내게 변화와 배움을 준다.
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며
내 삶의 속도를 맞춰주는 요즘이, 나는 꽤 좋다.
혹시 이 글을 보는 당신도
금처럼 지키고 싶은 무언가,
로봇처럼 배우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를 바란다.
우리 나이에 중요한 건,
크게 도전하는 것보다,
작은 배움을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.
오늘도 나는, 금 한 돈의 묵직함을 느끼며,
스마트 스피커에게 인사를 건넨다.
“좋은 하루 되세요.”